모세 장인 이드로는 여호와 신앙을 가졌는가?
[질문]
제가 전에 모세의 장인 미디안 제사장 르우엘(이드로)가 하나님의 제사장인지 출애굽기에 대한 물음에서 목사님께 여쭈어 봤습니다. 제가 지금 그 부분을 다시 보고 있어서 다시 생각해 봤는데요. 르우엘이란 히브리 언어로 하나님의 친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출애굽기 18장 10~12절을 보면 이드로와 모세의 재회에서 이드로는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하여 감탄하고 있고 하나님이 모든 신들 보다 가장 크신 분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후에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르우엘이 미디안의 제사장 즉 약속의 자손이 아닌 그두라의 자손이여서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르우엘의 진술 (출 18:11) 에서 "여호와는 모든 신보다 크시므로 이스라엘에게 교만하게 행하는 그들을 이기셨도다" 에서 볼 수 있듯이 르우엘이 다신을 섬기는 사람이며, 미디안의 지방 신의 제사장이라고 하지만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역대상 16:25 다윗의 고백에서 '모든 신보다 경외할 것임이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후에 만국의 모든 신은 헛것이라고 하였으니 신이라는 개념이 무조건 절대적 신이라는 개념과 같다라고 보기보다 각 지역의 지역 신, 성경으로 말하자면 사탄과 같은 존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윗의 시대가 출애굽 시대와 일치하지 않아 좋은 근거라고 볼 수 없다면 모세의 노래에서도 신이 무조건 절대신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출 15:11 에서 모세는 '신 중에 주와 같은 자가 누구이니까' 라고 고백하며 하나님의 위상을 높이며 찬양하는데 이드로가 하나님이 모든 신보다 크시다라는 고백에서 단순히 모든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방 신을 섬기는 제사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 자손들 이외에도 롯이나 하나님을 섬기지는 않지만 라반 그리고 나홀 등이 하나님을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스라엘 사람들 외에도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드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생각해 봤으나 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목사님은 어떤 근거로 이드로가 미디안 지역의 우상신을 섬기는 제사장이라고 보시나요?
[답변]
구약시대에도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인들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개종을 하면 할례를 받고 율법을 지키도록 서약하며 유대인 공동체에 합류하여 함께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자들은 이미 이방인이라 부르지 않고 법적으로도 유대인으로 취급했습니다. 이 원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로 인해 열방이 복을 받고 그는 복의 근원이 되며 후손이 하늘의 뭍별처럼 많아지게 된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은 구약시대에는 이방족속 중에도 동일한 여호와 신앙을 갖는 자가 나올 것이고, 신약시대는 모든 족속이 예수 십자가 복음의 믿음을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성경구절을 해석함에 가장 첫째로 지켜야할 원칙은 성경이 진술한 범위 내에서만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드로에 대해 “미디안 제사장”이라고 명백히 그 신분을 밝혔습니다. 이방인이 개종할 경우 반드시 그런 사실을 성경은 기록하거나 그렇게 해석할만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지금 이드로에게는 그런 진술이 없습니다. 오히려 출18:27에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미디안 제사장 직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또 르우엘이라는 이름이 뜻하는 “하나님의 친구”를 히브리인 고유의 이름으로만 혹은 그 이름으로 여호와 신앙을 가졌으리라 해석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당시 ‘엘’은 중근동 지방에서 하나님 혹은 신이라는 뜻의 일종의 공용어였습니다. 쉽게 말해 이방족속의 이름에도 엘은 많이 들어갔기에 비슷한 혹은 같은 이름을 유대인이나 이방인이 혼용했다는 것입니다. 아랍 민족의 조상인 ‘이스마엘’도 “하나님께서 들으심”이라는 뜻이지만 그는 이방의 선조였지 여호와 신앙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지 않습니까?
“여호와는 모든 신보다 크시므로”라는 이드로의 진술에 대해서도 전후문맥과 성경전체가 말하는 원리에 비추어서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고대의 이방인들은 문자 그대로 다신론을 믿는 가운데 여호와가 가장 힘이 셌을 때나 사건이 있었다고 시인하는 정도의 뜻입니다. 이드로의 진술도(출18:9-11) 자세히 따져 보면 출애굽 사건 때 여호와의 능력의 크심을, 또 이스라엘 신이 애굽의 신들을 이겼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호와 그분이 유일하고 전지전능한 하나님이라는 명확한 의미가 없습니다.
당시의 이방인들은 각 민족 혹은 지방마다 고유의 신들이 있는데 민족끼리 전쟁을 치를 때에 각각의 신들의 능력의 우열로 승부가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블레셋이 이스라엘과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여호와의 궤까지 탈취해서 다곤 신당에 두었을 때에 자기들 신의 우월성에 잠시 도취했었듯이 말입니다. 이드로도 이스라엘의 신이 애굽에서 일으킨 열 가지 재앙과 홍해의 갈라짐과 광야에서의 기적들을 일으킬 때에, 혹은 일으켰기에 신 중에 가장 센 신이었다고 말한 것입니다. 아래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여호와만이 유일한 신이거나 경배받을 만한 유일한 가치가 있는 신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번제물과 희생을 가져와서 제사를 지냈다는 18:12절의 진술은 그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하나님 앞에 헌신하겠다는 의미보다 출애굽 승리를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감사 축하하는 화목제의 성격이었습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번제물과 희생을 하나님께 가져 오매 아론과 이스라엘 모든 장로가 와서 모세의 장인과 함께 하나님 앞에서 떡을 먹으니라.”
반면에 유대인들이 구약성경에서 이런 표현을 할 때는 다신교를 믿는 신앙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우선 이방인들의 인식에 맞추어서 그들 식으로 생각할 때에도 도무지 여호와 하나님과 견줄 만한 신은 없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양보해도 많은 신적인 존재(천사 귀신 포함하여)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세고 세상을 다스리는 신은 여호와라는 뜻으로 단일신론에 해당됩니다. 요컨대 여호와만 경배받을 가치와 의미가 있는 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약성경 전체에 계시된 이스라엘의 신관은 즉, 온전한 여호와 신앙을 믿은 유대인들은 다신론은 물론이고 단일신론도 결코 지지하지 않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의 신이고 다른 신들은 없다고 믿는 유일신론입니다. 창세기가 모든 성경의, 특별히 유대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토라(모세오경)의 첫 책임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아래 성경구절들을 보십시오.
“내가 이번에는 모든 재앙을 너와 네 신하와 네 백성에게 내려 온 천하에 나와 같은 자가 없음을 네가 알게 하리라.”(출 9:14) “그 앞에서 히스기야가 기도하여 이르되 그룹들 위에 계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천하만국에 홀로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만드셨나이다.”(왕하 19:15)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이제 우리를 그의 손에서 구원하옵소서 그리하시면 천하만국이 주 여호와가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리이다 하니라.”(왕하 19:19) “그룹 사이에 계신 이스라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여 주는 천하만국에 유일하신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만드셨나이다.”(사 37:16)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그 날에는 여호와께서 홀로 한 분이실 것이요 그의 이름이 홀로 하나이실 것이라.”(슥 14:9)
이 주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록이 있습니다. “나아만이 모든 군대와 함께 하나님의 사람에게로 도로 와서 그의 앞에 서서 이르되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 청하건대 당신의 종에게서 예물을 받으소서 하니.”(왕하 5:15) 엘리사에게서 문둥병의 고침을 받은 아람의 군대장관 나아만의 고백입니다. 이방인 나아만이 온 천하에 여호와 외에는 신이 없는 줄 알게 되었다고 명확하게 고백하지 않습니까? 그는 확실하게 유일신 여호와 신앙을 갖게 된 것인데 반해 이드로에게는 그런 고백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유대교 개종의 가장 확실한 표징인 할례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히위족속 추장 세겜이 야곱의 딸 디나를 강간한 후에 청혼을 하자, 디나의 오빠들이 비록 복수할 모략이었지만 “할례 받지 아니한 사람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 없노니 이는 우리의 수욕이 됨이니라”(창34:14)고 할례를 요청했습니다. 야곱은 모세보다 4백 년 전 유대인이었습니다.
모세 본인도 애굽에서 노예 살이 하는 동족을 구원하러 가는 도중에 죽을병이 들었는데 할례를 하게끔 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이었지 않습니까?(출4:24-26) 그런 혹독하고도 생생한 체험을 한 모세가 만약 장인이 유대교로 개종하려 했다면 할례를 요구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소년 다윗이 이방족속 골리앗과 싸우러 갈 때에 만류하는 동족들에게 어떻게 말했습니까? “이 할례 없는 블레셋 사람이 누구관대 사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하겠느냐”(삼상17:26b) 유대교 개종의 확실한 증거는 할례입니다. 바울이 그렇게 엄하게 질책했던 유대주의자들의 잘못도 바로 예수 믿는 신자에게마저 할례를 요구했던 것이지 않습니까?
이드로가 모세에게 아주 선한 충고를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구태여 여호와 하나님께 계시를 받은 것이라고 해석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을 혼자서 재판할 수 없으니 나눠서 하라는 아주 상식적인 권면이었을 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백 년간 애굽의 명령에 복종만 했던 노예였기에 사회적 정치적 통치체제에 아주 미숙했습니다. 반면에 당시 모든 주변 국가들은 조직적 통치체계를 갖추었기에 아무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바는 모세처럼 합리적이고 백성들만 위하는 지도자는 백성에게 유익한 충고라면 이방인의 것이라도 받아들여서 잘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다시 말하지만 성경은 그를 분명히 미디안 제사장이라고 했습니다. 또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여호와 신앙으로 개종했다면 미디안에 돌아가서 자기 백성에게 개종을 독려했거나, 최소한 나아만처럼 이방의 땅에서도 자기 신앙을 지켰다는 기록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출애굽기가 그런 상세한 내용을, 특별히 이드로의 할례 여부를 생략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경에 그가 확실한 여호와 신앙을 가졌다는 명백한 진술이 없다면 성경이 말하는 바를 넘어서 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출애굽기 본문 뿐 아니라 성경 전체가 말하는 진리에 비추면 그 반대로 해석해야 할 근거가 살펴본 바와 같이 더 많습니다. 이 주제는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아니기에 질문자께서 이미 전제한 대로 단순히 제 의견과 그렇게 해석한 근거만 밝혔습니다.
5/11/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