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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 3건  
| 現代文보기 | 原文보기 |     성서조선 第 118 號 (1938年 11月)  
  
일부러 사교적이지 않은 우리에게 친구가 많지는 않으나 자연스레 맺어진 친구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 중에 죽마고우라고 할만한 어린 시절부터 알던 친구요 또한 경외할 만한 친구 세 명이 있다.    나름대로 특색 있는 이 세 사람이 각자 걸어온 인생에 관하여 일종의 ‘항복’이라 할만한 증언을 했다.    이상하게도 거의 비슷한 시기였을 뿐더러 인생 길에 관하여 여러 사람에게 한 증언이기에 여기에 적어서 함께 진리의 유산을 받고자 한다.


하나는 어려서부터 신동이라 불렸고 20세에 벌써 해외에 나가서 세계 정세의 변화에 참여하였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관찰한 후에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하여 동료 학우들이 모두 선망하는 고관이 되었다.

이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한없는 주량과 종교니 신앙이니 하는 모든 영적인 일을 멸시하고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의 끝없는 주량은 결국 오장육부를 여지없이 망가트렸다.    오랜 병상에서 신음하면서 하루는 그가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항복하였다.

“내가 회복되기만 하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소.    또 이만한 병상생활로 벌써 뉘우쳤냐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나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이전날 종교, 신앙에 대했던 태도를 참회합니다.    외람한 말이오나 이제야 눈에 보이는 인생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애의 귀함을 알았습니다.”

병마에 창백한 얼굴에도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듣는 사람의 눈 또한 뜨거워졌다.    내가 이 항복을 얼마나 기다렸던고?    그러나 이 항복을 듣지 않기를 또한 얼마나 원했던가!



둘째는 초등학교로부터 대학까지 수석이 아니면 안 하던 수재이니 족탈불급(足脫不及)이란 문구는 우리가 이 친구를 따르려고 하는 것을 가리키는 형용사였다.    그러나 이 사람의 장기는 학재에 있다기 보다 그의 철석 같은 의지에 있었다.    그가 품은 의지가 꺾이는 것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은 그를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계급투쟁으로 단련된 의지로 그 조강지처와 이혼하기를 결심한 일이다.    이 결심에 대하여 조목조목 따지며 적극 반대를 했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본지 제62호 14쪽 참조)

그는 이혼을 말리던 친구에게 최근에 항복했다.    새로운 결혼생활이 별 다르지 않은 것과, 어려움이 많은 것과, 전처는 이혼한 후에 행복한 생활을 하더라는 말을 한 뒤에 고백했다.

“이혼을 진짜 결행하고자 했을 때에 마지막으로 누가 말렸으면 나는 이혼하지 않았을텐데…”

그는 이혼하리라고 말했던 그 체면과 결행하려던 관성에 못 이겨서 이혼을 저질렀던 것뿐이었다.


셋째는 ‘주식’과 ‘쌀’의 투기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나서는 “졌습니다.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내가 과연 졌습니다.” 하면서 돌아 온 친구인데 그 항복하는 모양이 마치 유도 경기에서 조르기 30초를 당했을 때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는 당대의 최고 명문대학에서 교단에 섰던 사람이니 우리 친구들 중에 학문적 단계로는 으뜸되는 사람이다.    그가 우리에게 항복하고 온 데는 죽마고우라는 이유말고도 하나가 있다.

그가 학식이 더해감에 따라 기독교 신앙을 버렸을 때와 일확천금의 투기사업에 뛰어들려고 할 때에 우리가 강경하고도 지긋지긋하게 항의하고 말렸었기 때문이다.


위의 세가지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을 때에 우리가 느낀 바는 이러하다.    왜 좀 더 열성껏 기도하기를 계속하지 못했고 좀 더 강경하게 경고하지 못했던가?    웬만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좀 더 지긋지긋하게 항의하지 못했던가?    좀 더 철저히 간섭하고 말렸더라면….. 하는 후회가 그 첫째.

뛰어난 재주와 굳센 의지도 별것이 아니로다.    그 뛰어난 의지와 학식으로도 오늘이 있을 것을 몰랐던가?    그 사람의 의지도 그만한 것이었던가?    재주로도 십 년을 내다 보지 못했고 의지로도 십 년을 지속하지 못하지 않는가.    이는 우리 친구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요, 대체 코로 숨쉬는 인간이란 다 별 수 없다는 것뿐이다.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심판에 부칠 때에 재주도 의지도 없구나 하는 느낌이 그 둘째.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기록된바 내가 지혜 있는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명을 폐하리라 하였으니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뇨.    선비가 어디 있느뇨.    이 세대에 변사가 어디 있느뇨.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미련케 하신 것이 아니뇨.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고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    하나님의 미련한 것이 사람보다 지혜 있고 하나님의 약한 것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라고 설파한 바울은 과연 위대한 선생이었다.


법률을 논하며 정치를 얘기하면서 종교니 신앙이니 하는 것은 우매한 백성들을 통치하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솜씨를 자랑하던 때에 우리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십 년이 지나지 않아서 스스로의 입으로 정정하는 것을 우리가 똑똑히 보았다.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는 부르조아 계급을 옹호하기 위한 산물이라며 호언장담하던 친구가 이혼을 결행한 후 열두 달이 채 다 못 지나서 우주의 법칙을 유린한 잘못을 후회했다.

고고학적 연구의 정확성을 앞세워 신.구약 성서를 불신하고 그 학구적 두뇌로 주식시세를 ‘그래프’로 연구하였던 학자가 그림자를 좇았고 물거품을 잡으려고 했다고 후회하는 것을 우리가 보았다.


과연 “하나님이 미련하다 하는 것이 사람보다 지혜 있고 하나님이 약하다 하는 것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말씀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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