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2- 구원이 예정되었는데 왜 백보좌 심판이 필요한가?

 

예정론에 대한 반발 중에 마지막으로 살펴볼 문제가 있습니다. 간혹 “사람이 출생하기 전부터 구원과 심판으로 나눠졌다면 마지막 날 백보좌 심판대 앞에 다시 서야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는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닙니다. 요한계시록 20:11-15에 진술된 백보좌 심판의 의미를 정확히 살펴보면 쉽게 해결되는 질문입니다.

 

“또 내가 크고 흰 보좌와 그 위에 앉으신 이를 보니 땅과 하늘이 그 앞에서 피하여 간 데 없더라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그 보좌 앞에 서 있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바다가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고 또 사망과 음부도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매 각 사람이 자기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 사망과 음부도 불 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 곧 불 못이라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 못에 던져지더라.”(계20:11-15)

 

본문 말씀을 기록된 순서대로 그 뜻을 정리해 나가봅시다. 우선 모든 죽은 자들이 크고 흰 보좌 앞에서 심판을 받습니다. 그 심판대 위에는 책들이 펼쳐져 있는데 두 종류입니다. 생명책과 그것과는 다른 책들입니다. 그럼 다른 책들은 생명책과는 반대의 성격을 지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아서 사망과 음부의 불 못에 던져진다고 합니다. 이를 둘째 사망이라고 표현했는데 육신적으로 죽는 첫째 사망에 대비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결론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 못에 던져진다고 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생명책에 기록된 자는 불 못의 둘째 사망에서 면제된다는 뜻입니다. 그럼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은 누구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창세 이후로 이름이 기록되지 못하고 이 땅에 사는 자들은 다 그 짐승에게 경배하리라.”(계13:8) 먼저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이므로 예수님의 생명을 지닌 자들을 적은 책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들즉,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을 거역한 불신자들이 마지막 적그리스도에게 경배할 것이라고 합니다. 상기 본문도 그들이 불 못에 던져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백보좌 심판의 근본목적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불신자들을 영원한 불 못에 던지는 것입니다.

 

“이기는 자는 이와 같이 흰 옷을 입을 것이요 내가 그 이름을 생명책에서 결코 지우지 아니하고 그 이름을 내 아버지 앞과 그의 천사들 앞에서 시인하리라.”(계3:5) 예수님도 사데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즉, 사탄에 붙지 아니하는 신자는 생명책에서 결코 지우지 않는다고 약속했습니다.

 

주의 할 것은 이 약속이 사데 교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기는 자는 일곱 교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었기에 모든 세대의 모든 신자들이 그 대상입니다. 또 생명책에서 지우지 아니한다고 약속했다고 해서 반대로 지워질 수 있다는 즉, 구원이 취소될 가능성을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생명책에 기록된 자는 “결코 그 이름을 지우지 아니할 것”을 강조하는 표현일 뿐입니다.

 

“또 참으로 나와 멍에를 같이한 네게 구하노니 복음에 나와 함께 힘쓰던 저 여인들을 돕고 또한 글레멘드와 그 외에 나의 동역자들을 도우라 그 이름들이 생명책에 있느니라.”(빌4:3) 바울 사도도 자신의 전도 사역에 동참한 여인들을 비롯한 모든 일반 성도들의 이름이 생명책에 올라가 있다고 말합니다.

 

성령의 간섭으로 구원 받은 신자는 완전히 새 사람으로 거듭났기에 이전의 옛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 안에 들어온 자에게 끝까지 내주하시는 성령님이 그의 믿음을 지켜주시고 순교하기까지 이겨낼 담력도 주십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8:1,2)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이름이 올라있기에 성령으로 구원 받았고 또 그럼 다시 심판 받지 아니합니다. 물론 백 보좌 위에 생명책이 펼쳐져 있고 죽은 자들 모두가 그 심판대 앞에 서니까 이미 구원 받은 신자들도 마지막 한번의 재판은 남았습니다.

 

“네가 어찌하여 네 형제를 비판하느냐 어찌하여 네 형제를 업신여기느냐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롬14:10) 로마서 12장 이후 15:13까지는 이미 예수를 믿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성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예수 믿은 후에 형제를 업신여기고 비판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구원이 취소는 되지 않습니다. 만약 형제를 비판했다고 구원이 취소되면 선행을 공로로 삼는 율법주의 자력구원으로 되돌아갑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해선 단 한명도 구원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바울은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백보좌에서 생명책에 이름이 올라 있는 신자는 불 못에 던져지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예수 믿은 후에 주님 말씀대로 순종한 열매에 따라서 합당한 상급은 정할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있는 그것이라 그런즉 우리는 몸으로 있든지 떠나든지 주를 기쁘시게 하는 자가 되기를 힘쓰노라 이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나타나게 되어 각각 선악 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고후5:8-10)

 

여기서 ‘우리’는 당연히 신자를 뜻하는데 ‘우리’도 그리스도 심판대 앞에 선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각자가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서 상급을 받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신자가 맞는 백보좌 심판은 구원과 심판으로 나뉘는 제2의 심판이 아니라 구원의 완성을 뜻합니다. 계시록의 본문만 살펴봐도 제기한 질문은 전혀 성립되지 않고 백보좌 심판도 예정론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이 백보좌 심판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선 계시록을 보는 신학적 입장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그 심판이 구원과 심판으로 다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불신자의 심판과 신자의 구원에서 각각의 형벌과 보상의 정도만 나누는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입니다.

 

예컨대 예정론을 믿는 무천년주의에선(필자의 입장)에선 백보좌는 그리스도가 재림할 때에 모든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부활하여 영생과 영벌로 나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해석합니다. 마지막으로 참고하시라고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에 대해 최초로 심층적으로 탐구했고 역사적 전천년설을 견지한 신학자 조지 래드의 백보좌 심판에 대한 정의를 인용해보겠습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의 종말론적(백보좌) 심판은 그가 구원될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그가 육체로 행한 선행, 다른 말로 하면 성령의 열매로 그의 구원을 확언하기 위한 것이다.”(“개혁주의 종말론 강의 – 마지막에 될 일들” 조지 래드 지음, 이승구 옮김, 도서출판 이레서원 2000년 발간, page 116)

 

6/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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